마흔 넘어 다시 멘 배낭, 느리게 걷는 아시아의 골목길에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

마흔 넘어 다시 멘 배낭, 느리게 걷는 아시아의 골목길에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

마흔 넘어 다시 멘 배낭, 느리게 걷는 아시아의 골목길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저는 멋진 풍경보다 먼저 오래된 배낭의 지퍼를 끝까지 잠그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예전에는 여행을 떠날 때 얼마나 많은 곳을 볼 수 있을지가 중요했는데, 마흔을 넘기고 다시 배낭을 메니 이상하게도 마음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하루에 유명한 장소를 몇 군데나 돌아봤는지보다 아침에 어느 골목을 걸었는지, 이름을 모르는 작은 식당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해가 질 무렵 어느 의자에 앉아 있었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젊었을 때의 배낭여행이 새로운 세상을 최대한 많이 보는 여행이었다면 마흔 이후의 배낭여행은 그동안 너무 빠르게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여행에 가까웠습니다.

 

처음에는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도 신경 쓰였습니다. 숙소 위치를 고를 때 계단이 많은지 확인하게 되고, 이동시간이 여섯 시간을 넘어가면 다음 날 일정을 비워두게 되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무작정 걷는 일도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속도를 늦추고 나서부터 여행이 오히려 더 풍성해졌다는 점입니다. 관광지를 하나 덜 보더라도 동네 시장을 천천히 걸었고, 버스 대신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면서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저녁의 골목을 만났습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포스팅에서는 마흔 넘어 다시 멘 배낭, 느리게 걷는 아시아의 골목길에서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여행의 속도와 숙소를 고르는 기준, 배낭을 가볍게 만드는 방법, 골목에서 보내는 하루와 혼자 여행할 때 꼭 챙겨야 할 현실적인 부분까지 천천히 풀어보려고 합니다.

마흔 넘어 다시 멘 배낭이 예전과 달랐던 이유

스무 살 무렵의 여행을 떠올리면 저는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어렵게 떠난 여행이니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밤늦게 돌아오는 일정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지도에 표시해둔 장소를 하나씩 지워가는 일이 여행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전에는 사원을 보고 오후에는 시장을 걷고 저녁에는 야시장에 갔다가 다음 날 새벽 기차를 타는 일정도 꽤 자연스러웠습니다.

 

마흔을 넘긴 뒤 다시 배낭을 메고 보니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체력보다 생각이었습니다. 이제는 여행에서까지 무언가를 달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가 골목 끝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커피 한 잔만 마시고 나오려고 했는데 창밖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맞은편 가게 주인이 셔터를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깝다고 생각했을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 한 시간이 여행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꼭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귀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작은 시장이 보이면 들어가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음식점이 있으면 메뉴를 살펴보고, 조금 지치면 근처에 앉아 쉬었습니다. 목적지가 없으니 길을 잘못 들어도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마흔 이후의 배낭여행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하루에 얼마나 많이 움직였느냐보다 그 하루를 얼마나 편안하게 기억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체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야간버스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자도 다음 날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이동이 길었던 다음 날에는 일부러 일정을 줄이는 편이 좋았습니다.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하면 참고 걷지 않았고 날씨가 너무 더운 오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쉬었습니다. 여행을 왔으니 아까워도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몸도 마음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젊은 여행자와 비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하루에 이만 보를 걷고 누군가는 새벽까지 여행을 즐기지만 나에게 맞는 속도는 따로 있었습니다.

 

마흔 넘어 다시 배낭을 메면서 제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여행에도 내 나이에 맞는 속도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느려졌다고 여행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느려졌기 때문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면을 더 많이 만나게 됐습니다.

느리게 걷는 아시아의 골목길에서 발견한 여행

아시아의 도시를 여행할 때 제가 점점 좋아하게 된 곳은 유명한 관광지보다 그 주변의 골목이었습니다. 큰길에서는 도시들이 비슷하게 보일 때가 있지만 골목으로 몇 번만 방향을 틀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침 골목에는 그 도시의 하루가 시작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가게 앞에 물을 뿌리는 사람, 작은 의자를 내놓는 식당 주인, 학교에 가는 아이, 출근길에 음식을 포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동네에 잠시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그래서 가능하면 오전에 골목을 걷습니다. 아직 하루의 열기가 올라오기 전이라 걷기도 편하고 관광객을 위한 모습보다 동네의 평범한 풍경을 만나기 좋았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작은 식당을 찾아 들어갑니다. 메뉴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 살펴보고 주문하면 생각보다 실패가 많지 않았습니다.

 

처음 보는 음식이 나오면 사진부터 찍던 습관도 조금씩 줄었습니다. 음식이 식기 전에 한입 먹고 그 공간의 소리와 냄새를 느끼는 일이 더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오후가 되면 굳이 계속 걷지 않습니다. 더운 지역에서는 한낮의 이동이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빼앗았습니다. 그늘이 있는 카페나 숙소에서 쉬었다가 해가 조금 내려간 뒤 다시 나가는 편이 하루 전체를 즐기기에 훨씬 좋았습니다.

 

저녁의 골목은 아침과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낮에 닫혀 있던 가게에 불이 켜지고 작은 노점이 생기고 퇴근한 사람들이 식탁에 둘러앉기 시작합니다.

 

제가 만든 아래 표를 참고해보세요!

 

시간 제가 좋아했던 여행 방식 기억해둘 점
아침 숙소 주변 시장과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동네의 하루가 시작되는 모습을 봅니다. 너무 이른 시간에는 한적한 골목을 혼자 깊숙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후 작은 식당에서 식사하고 더운 시간에는 카페나 숙소에서 충분히 쉽니다.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쉬는 것이 다음 일정까지 편합니다.
저녁 야시장과 식당가처럼 사람이 적당히 있는 곳을 중심으로 천천히 걷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이동수단과 시간을 미리 확인합니다.

 

골목여행의 매력은 특별한 장소를 찾아내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아무 목적 없이 걷다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를 잠시 바라볼 수 있다는 데 있었습니다.

 

다만 느리게 걷는다고 해서 아무 골목이나 들어가는 것은 피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나 분위기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길에서는 호기심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특히 밤에는 낮에 걸었던 길이라고 해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저녁 산책을 할 때 사람이 적당히 다니는 길을 선택하고 숙소로 돌아갈 교통편을 미리 확인했습니다.

 

그 정도의 기준만 가지고 있어도 골목을 걷는 즐거움은 충분했습니다. 오히려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길이 나오면 천천히 걸었고 피곤하면 미련 없이 돌아왔습니다.

마흔 넘어 다시 멘 배낭은 가벼울수록 좋았습니다

마흔을 넘어서 배낭여행을 다시 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순간은 필요할 것 같다는 이유로 물건을 너무 많이 챙겼을 때였습니다. 집에서 배낭을 쌀 때는 조금 무거워도 괜찮아 보이지만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혹시 필요할까 싶어 옷도 넉넉하게 넣었고 신발도 여러 켤레 챙겼습니다. 이제는 현지에서 세탁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옷의 수를 줄이는 편이 훨씬 편했습니다.

 

특히 아시아를 천천히 여행하다 보면 숙소를 자주 옮기는 것보다 한곳에서 며칠씩 머무는 경우가 많아 세탁할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가 배낭을 꾸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정말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혹시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넣은 물건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꺼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옷은 서로 조합하기 쉬운 것으로 준비하고 신발은 오래 걸어도 발이 편한 것을 우선했습니다. 멋있는 신발보다 하루 종일 걸은 뒤 발이 아프지 않은 신발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휴대전화 충전기와 보조배터리, 필요한 경우 사용하는 상비용품, 여권과 결제수단처럼 대체하기 어려운 물건은 출발 전에 따로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현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용품은 처음부터 많은 양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마흔 이후 배낭여행에서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짐을 적게 가져가는 문제가 아니라 이동할 때 사용할 체력을 여행 자체에 남겨두는 일이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어깨와 허리가 지쳐버리면 그날 저녁 골목을 산책할 마음도 사라집니다.

 

그래서 출발 전 배낭을 모두 꾸린 뒤 실제로 메고 집 주변을 잠시 걸어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방 안에서 들어보는 것과 20분 이상 메고 걷는 느낌은 꽤 달랐습니다.

 

무겁다고 느껴지면 물건 하나씩 빼면 됩니다. 여행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은 물건보다 체력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다시 배낭을 꾸리면서 세운 기준은 단순했습니다. 없으면 정말 곤란한 것은 챙기고, 있으면 편할 것 같은 물건은 한 번 더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숙소 하나가 느린 여행의 하루를 바꿨습니다

젊었을 때는 숙소를 고를 때 가격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조금 멀어도 저렴하면 괜찮았고 계단이 많거나 방이 좁아도 잠만 자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흔 이후에는 숙소를 바라보는 기준이 꽤 달라졌습니다. 여행에서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장소가 됐습니다.

 

저는 숙소를 고를 때 관광지와 얼마나 가까운지만 보지 않고 식당과 편의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한지도 함께 봅니다.

 

밤늦게 돌아왔을 때 주변이 지나치게 한적하지 않은지도 중요했습니다. 낮에는 괜찮아 보이는 지역도 밤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도 확인하게 됐습니다. 작은 숙소나 오래된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여러 층을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침구 상태와 냉난방, 방음에 대한 후기도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하루를 많이 걷고 돌아왔을 때 제대로 쉬지 못하면 다음 날 일정 전체가 힘들어졌습니다.

 

한 도시에서 여러 날 머문다면 세탁을 할 수 있는지도 중요했습니다. 숙소 안에 세탁시설이 없더라도 주변에 이용하기 편한 세탁시설이 있다면 짐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느린 여행에서 좋은 숙소란 화려한 곳이 아니라 밤에 편하게 돌아올 수 있고 다음 날 다시 걷고 싶을 만큼 충분히 쉴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도시 외곽에 숙소를 잡았다가 매일 왕복 이동시간과 교통비를 더 쓰게 된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숙박비 몇 만원만 비교하지 않고 이동시간까지 함께 계산하게 됐습니다. 하루에 왕복 한 시간이 추가된다면 일주일 여행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이동에 사용됩니다.

 

반대로 동네 자체가 걷기 좋은 곳에 숙소를 잡으면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는 날에도 충분히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오후에는 동네 카페에 들어가고 저녁에는 시장을 걸었습니다. 숙소 주변이 여행지가 되니 매일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도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혼자 느리게 여행할수록 안전과 체력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느린 여행은 일정이 여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획이 전혀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혼자 여행하면서부터 저는 꼭 필요한 부분만큼은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준비하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숙소 주소는 휴대전화뿐 아니라 별도로 확인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숙소로 돌아갈 수 있어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는 첫날부터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낮에 숙소 주변을 걸으면서 큰길과 교통수단의 위치를 먼저 익혀두면 저녁에 돌아올 때 훨씬 편합니다.

 

현금과 카드를 한곳에 전부 보관하지 않는 것도 습관이 됐습니다. 여권과 중요한 물건 역시 숙소와 이동상황에 맞춰 안전하게 관리했습니다.

 

건강과 체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행을 왔다는 이유로 아픈데 참고 움직이면 남은 일정까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몸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날에는 계획했던 장소를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하루를 쉬면 하루를 잃는 것 같지만 무리하다가 며칠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물도 자주 마시고 식사도 지나치게 거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더운 지역을 오래 걷다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체력이 떨어질 수 있어 중간중간 실내에서 쉬는 시간도 일부러 만들었습니다.

 

마흔 이후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무리해서 계획을 완성하는 것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하루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골목을 걷다가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면 이유를 확인하려고 더 들어가지 않고 돌아섰습니다. 여행에서는 호기심보다 안전을 먼저 선택해도 아쉬울 것이 없었습니다.

 

늦은 시간에는 걷는 것만 고집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선택했습니다. 숙소비와 교통비 역시 안전과 편의를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대략적인 이동계획과 숙소 정보를 알려두는 것도 좋았습니다.

 

여행자보험이나 현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할 곳 등 기본적인 준비도 출발 전에 챙겨두면 좋습니다.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여행기간을 고려해 필요한 준비를 미리 해두는 편이 편합니다.

 

느린 여행은 용감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는 여행이라기보다 불필요한 계획은 줄이되 중요한 안전장치는 제대로 챙겨두는 여행에 가까웠습니다.

마흔 넘어 다시 멘 배낭, 느리게 걷는 아시아의 골목길 총정리

마흔 넘어 다시 멘 배낭, 느리게 걷는 아시아의 골목길은 젊은 시절의 배낭여행을 다시 반복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예전과 같은 체력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 여행도 아니었고 젊었을 때 가지 못했던 관광지를 몰아서 보는 여행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몸과 지금의 마음에 맞는 여행방식을 새롭게 찾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루에 한두 곳만 가도 괜찮았고 어떤 날에는 특별한 관광지를 한 곳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숙소를 나와 골목을 걷고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오후에는 카페에서 쉬었습니다. 해가 내려가면 다시 동네를 한 바퀴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보내면 여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유명한 장소보다 그런 하루가 더 선명하게 기억났습니다.

 

여행을 위해 특별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었습니다. 영어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거대한 배낭을 메고 몇 달씩 떠나야만 배낭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마흔 넘어 다시 떠난 여행에서 제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아직 갈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이제는 내 방식대로 여행해도 괜찮다는 편안함이었습니다.

 

배낭은 예전보다 작아졌고 하루에 걷는 거리도 줄었습니다. 숙소는 조금 더 편한 곳을 찾게 됐고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는 일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대신 한 도시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어졌습니다. 골목을 걷는 속도는 느려졌고 사람들의 표정과 작은 가게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은 길어졌습니다.

 

여행은 많이 보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여행이 끝난 뒤 무엇을 기억하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배낭을 꾸린다면 저는 이번에도 빈 공간을 조금 남겨둘 것 같습니다. 물건을 더 넣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하루를 받아들일 여유를 남겨두기 위해서입니다.

질문 QnA

마흔이 넘어서 혼자 배낭여행을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요?

젊었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여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루 이동거리를 줄이고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며 숙소와 이동수단을 조금 더 편하게 선택하면 충분히 자신에게 맞는 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시아 골목여행은 하루 일정을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까요?

하루를 관광지로 가득 채우기보다 오전과 늦은 오후를 걷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한낮에는 식사와 휴식을 충분히 가지는 방식이 편했습니다. 반드시 가야 할 장소를 한두 곳 정도만 정해두면 예상하지 못한 골목이나 시장을 만났을 때 일정에 쫓기지 않고 머물 수 있습니다.

배낭여행 짐은 어느 정도로 줄이는 것이 좋을까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메고 계단과 골목을 이동할 수 있는 정도인지가 중요했습니다. 옷은 세탁을 전제로 줄이고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용품은 최소화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출발 전에 실제 배낭을 메고 잠시 걸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혼자 골목을 걸을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낯선 골목에서는 호기심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에 숙소 주변을 먼저 익혀두고 밤에는 지나치게 한적한 길을 피하며 숙소로 돌아가는 교통수단을 미리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느낌이 든다면 굳이 더 들어가지 않고 돌아서는 것도 여행에서 필요한 판단입니다.

 

마흔을 넘어서 다시 배낭을 멘다고 생각하면 처음에는 예전처럼 여행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길을 나서보면 예전처럼 여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조금 좋은 숙소에서 자도 되고 피곤하면 낮잠을 자도 되고 마음에 드는 동네가 있다면 계획보다 며칠 더 머물러도 괜찮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선택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나이가 들고 다시 떠나는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젊었을 때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잠시 멈췄는지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혹시 오래전 넣어두었던 배낭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너무 거창한 여행부터 계획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배낭을 조금 가볍게 꾸리고 걷기 편한 신발을 신고 한 도시에서 며칠 천천히 머물러보세요.

 

예전보다 조금 느리게 걷게 되더라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걸어야만 보이는 골목이 있고, 지금의 나이가 되어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도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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